[이진욱의 factbook]스마트폰은 2년이면 고장나도록 만들어졌다고?

입력 2016-10-05 13:30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잦은 고장..."소비자 욕구 충족시키기엔 제조사 기술 역부족"




# 회사원 김강민(38)씨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스마트폰을 거칠게 다루는 편도 아닌데 1년이 넘어가면 영락없이 기기에 이상이 생겨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2G, 3G 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교체주기가 더 빨라졌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제조사들이 일부러 일정 기한내 기기를 고장나도록 만드는게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든다. 그는 최근 5년동안 네번이나 스마트폰을 바꿨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자주 교체하는 편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평균 1년3개월로, OECD 조사 대상 33개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다. 고장, 분실, 약정종료 등 교체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와 관련해 소비자들 사이에는 예전부터 떠도는 소문이 있다. '제조사들은 정기적 판매량을 확보하기 위해 휴대폰 제조시 2년안에 고장나도록 설계한다'란 말이다.

심지어 소니의 휴대폰은 무상보증기간이 끝나면 고장나도록 '자살타이머가 탑재돼있다'라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다.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릴수 있지만, 잦은 고장을 겪는 소비자 입장에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다른 전자제품보다 사용기간과 수명이 짧은 탓이다.

문제는 이런 소문들이 돌다보면 소비자들은 휴대폰이 다른 이유로 고장이 나더라도 여기에 상황을 대입시키는 누를 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 소문에 대한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어 기업 불신을 조장하며 소비자와 기업간 골을 깊게 만든다.

그럼, 정말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을 일정기한이 지나면 고장나도록 만들었을까? 결론적으로 '그렇지않다' 내지 '그럴수없다'가 답이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지속 유지되도록 만드는 기술력이 2~3년이란 시간과 맞물렸을 뿐 그럴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스마트폰 제조사 한 관계자는 "이런 소문은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일방적인 불만 표출이 와전된 것"이라며 "스마트폰은 개개인의 사용빈도, 습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략 2년즈음 탈이 나기 시작한다. 이는 현재 기술력의 한계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고객 욕구를 따라가지 못해서 생긴 루머란 얘기다.

스마트폰에서 배터리는 기기 사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소비자들은 교체보다 교환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방전에서 충전까지 약 1000번을 쓸 수 있도록 수명이 정해져 있다. 하루 한 번씩만 충전한다해도 대략 3년정도밖에 쓸 수 없단 의미다.

김영훈 청강문화산업대 모바일스쿨 교수는 "스마트폰 배터리 수명은 6개월이 된 시점부터 눈에 띄게 줄어든다"며 "2년 정도 지나면 충전 후 금방 방전이 되는 경우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일단 배터리는 소모품이니 논외로 두자. 그럼 스마트폰 기기 자체의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공정거래위원회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내용연수는 3년이다. 내용연수란 건물, 기계, 설비 등의 고정 자산을 계속해 쓸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처럼 스마트폰 기기 자체만 보더라도 수명은 2~3년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소프트웨어전공 한 교수는 "스마트폰의 수명은 3년 내외로 보면 적당하다"며 "배터리 외에 디스플레이, 메인보드 등 핵심 부품들도 기능이 감퇴되면서 사용자 불편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액정의 품질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기술력으로 요즘 나오는 OLED 디스플레이의 수명은 보통 3만시간정도"라며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지만 이마저도 사용 환경에 따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흔히 일어나는 이상현상으론 '번인(Burn-in)'이 꼽힌다. 번인은 화면이 바뀌어도 잔상이 남는 현상으로 소비자의 짜증을 유발한다. 번인을 완벽히 없애기 위해선 고도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필요한데 현재 기술력으론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터치 인식률이 낮아지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인식률을 유지할만한 기술력이 부족하다.

특히 '발열'은 스마트폰에 치명적이다. 열은 핵심부품들의 소모를 촉진시?기능을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통한다. 스마트폰은 각종 사양은 높아지는 반면, 두께는 얇아짐에 따라 발열은 불가피한 문제가 됐다.

냉장고나 PC 등 보통 전자제품 내부엔 열을 식혀주는 쿨러(cooler)가 있지만, 스마트폰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일부 스마트폰의 경우 PVC를 통해 발열을 잡아주는 액체를 주입해 열을 낮추기도 하지만, 제 역할을 하진 못한다는 평이다. 또 스마트폰용 쿨러가 시중에 나와있지만 따로 구매·구비해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PC의 경우 쿨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CPU, 그래픽카드, 메인보드의 온도가 90~100도를 넘나들면서 부품에 이상이 생긴다. PC 축소판이라 할수 있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충전시 발생하는 열까지 더해져 고장율이 더 높아진다는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수명 연장을 위해 하루 한 번 정도는 스마트폰을 껐다 켤 것을 권한다. PC도 오랫동안 끄지 않고 사용할 경우, 내부 부품들에 무리가 가듯 스마트폰도 유사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활성화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있는데, 전원을 끄면 앱들이 자동 종료되는 것도 수명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을 소지품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스마트폰은 사용빈도가 매우 높아 수명이 짧아질 수 밖에 없는 전자기기다. 냉장고, TV 등 다른 제품과는 비교불가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매일 들고 다니며 전화통화는 물론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고, 메일을 보내고, 스케줄을 관리하고, 게임을 하고, 결제까지 한다.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스몸비족’이라는 신조어?생겨날 정도로 스마트폰은 이미 사람들의 소지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무엇이든 많이쓰면 많이 닳는건 당연하다.

다만, 제조사들이 일부러 고장나게 만들진 않더라도 교체 상황을 유도한다는 의견들은 한번 살펴볼만 하다. 일각에서는 제조사들이 OS 업데이트를 권장하며 소프트웨어 속도를 느리게 해 교체를 유도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구형 스마트폰들이 OS를 업데이트 하면 구동속도가 느려지고 일부 앱들은 사용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며 "불규칙적으로 업데이트 문구가 뜨는데, 업데이트 하면 느려지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휴대폰 판매업자들은 구매전 소비자에게 업데이트 문구를 무시하라는 조언도 한다. 이에 대해 제조사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얘기도 있다. 교체는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지는 시장이라 얼리아답터 성향이 짙어진 소비자들이 못 버틴다는 말이다. 여기에 통신사들의 약정도 교체를 부채질한다. '노예계약'으로도 불리는 약정기간이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 제품을 교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중고로 처분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교체에 한몫하고 있다.

제품 수명을 판단하는 잣대가 다르다는 점도 생각해볼만 하다. IT업계 관계자는 "수명의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서 수명 한계 지점을 딱 잘라 정의하기 어렵다"이라며 "제품의 완벽함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일부 기능이 저하됐을때를 수명의 한계로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론을 내보면 해당 소문은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국내외 제조사들을 향한 소비자들의 기대에서 비롯됐다. 2년내 고장이 잦은 것은 제조사의 '고의'라기보단 '숙명'에 가깝다. 현재 기술력이 닿는 지점이 소비자 불만이 표출되는 2년이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이라고 성능 저하없이 오래가는 스마트폰을 만들고 싶지 않겠나? 기술력이 최고 가치로 평가받는 시장에서 말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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